‘전교1등 모친살해’로 알려져 있는 ‘구의동 고3 존속살인 사건’의 가해자인 아들이 출소한 가운데 당시 범행을 저질렀던 때를 회상하며 최초로 심정을 고백하며 근황을 전했습니다.
2024년 6월 17일 첫 방송된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서는 당시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전교 1등 아들의 모친 살해 사건’ 주제가 전파를 타며 가해자인 아들의 살해 이유와 근황이 전해졌습니다.
‘이말꼭’은 김창완이 진행자로, 배우 김범이 게스트로 나선 가운데 전 국민을 놀래게 만든 존속살해 사건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여기에 방송인 서동주가 본인의 경험담을 더하고 정신과 의사 노규식은 사건 속 인물의 심리를 정신과 의사로서 대변했습니다.
구의동 존속살인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2011년 11월 23일로 돌아갑니다.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강준수(가명·체포 당시 18)는 안방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한 뒤 어머니 시신과 8개월간 동거했습니다.
존속살해의 최소 형량은 7년이지만 준수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이미 출소했습니다.
13년 만에 심정을 고백하는 자리에 나선 준수는 “우선 비난하는 분들이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확실히 있다. ‘잘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조금 있다“라고 조심스레 운을 뗐습니다.
아버지가 기억하는 그 날의 기억
아버지 강 모 씨는 아들이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슬퍼하는 것도 없고 후회하는 것도 없고 정말 냉정하게 자기가 한 일을 쭉 이야기하더라. 정말 어이없었고 애가 이해 안 됐다”라고 눈물을 훔쳤습니다.
사고 최초 신고자였던 준수 아빠가 기억하는 신고 당일은 이랬습니다. 그는 “그때가 밤 11시쯤 됐을 거다. 애가 8개월 동안 내 전화를 안 받는 거다. 애를 찾아간 게 계기가 되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두 사람은 5년째 별거 중이었고 아버지는 별거 이후 5년 만에 가본 집이었습니다. 밖에 보니 창문에 불이 켜져 있었고,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는 “애가 안에 있긴 했는데 문을 열어주지를 않는 거다. 뜯고 들어간다고 하는데도 그냥 꿈쩍도 안 하길래 신고했다”라고 그날을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집 앞에 119 구조대와 경찰이 함께했고, 집안에 들어서자 집 안에 역한 냄새가 풍겼습니다. 아들은 거실 한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온몸을 떨고 있었습니다.
준수의 아버지는 “날씨가 꽤 따뜻한 날이었는데도, 애가 그렇게 떠는 걸 보고, 처음에 물었다. ‘네가 그랬니’라고. 떨면서 ‘내가 했다’고 하더라. 아무 할 말도 없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안방 안에서는 준수 엄마의 시신이 발견됐고,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부패한 상태였습니다. 준수는 “아빠 나 버리면 안 돼”라며 아버지에게 말을 건넸고 긴급 체포됐습니다.
구의동 고3 존속살인 사건, 엄마 죽인 아들 진짜 살해 이유는 “죽기 싫어서..”
구의동 고3 존속살인 사건의 범인 준수는 유년 시절에 대해 “공부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거 첫 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 쉬는 날 기준으로 11시간 정도 공부했다.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공부하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커가면서 성적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어머니의 체벌이 시작된 것입니다. 준수는 “중1 때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혼나면서 맞았다. 전교 2등으로 만족했다고,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하시더라. 약간 억울했지만 다음 시험에서 1등 해서 기쁘게 갔는데 ‘전국 중학교가 5000개인데 넌 5000등으로 만족할 거냐’라고 또 혼났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웬만큼 어렸을 때 종아리를 회초리로 맞았다. 맞는 매가 변했다. 초4 때는 알루미늄 노가 찌그러지도록 맞았고, 5~6학년 때는 대걸레 봉으로 맞았다. 중학교 때는 나무로 된 야구 배트로 맞았다. 아버지가 집에 오면 (체벌이) 멈춰서 ‘언제 들어오시나’ 하면서 기다렸다”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힌 아버지 강 씨는 “애가 목욕할 때 본 적이 있었다. 회초리 자국이 있어서 되게 많이 아내와 싸웠다. 근데 아이 엄마의 성향이 나보다 강하다 보니까 거기서 내가 그냥 졌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알면서도 싸워봐야 내가 지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어 준수는 “제가 태어났을 때 엄마가 저의 20년 교육 플랜을 짜고 시작했다더라. 그걸 들었을 때 영화 ‘트루먼 쇼’ 주인공처럼 충격받고 섬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별거 중이던 아버지가 외도로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자 엄마의 공부 집착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어느 순간 준수는 공부도 싫어졌고 외고 입시에도 떨어졌습니다. 그때부터 7번 아이언 골프채가 매로 변했습니다.
준수는 “준비하라고 하면 바지를 갈아입었다. 맞을 때 입는 바지가 있었다. 엉덩이 부분이 피로 절여졌는데, 피 나면 빨아야 하는 게 감당이 안 돼서 빨지도 않고 계속 그걸 입고 맞았다”며 “기대고 자고, 엎드려서 자다 걸리면 혼났다. 시간을 재서 40분에 한 번씩 정산하듯이 맞았다”라고 믿기 힘든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그렇게 준수는 밤을 새우며 혼나고 등교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반항도 가출도 해봤지만 소용없었으며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준수는 성적표를 위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건 발생 2개월 전, 아빠는 정식으로 이혼 통보를 했습니다. 준수의 엄마는 부쩍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사건 발생 3일 전 밥과 잠을 금지하는 체벌을 추가했습니다. 잠이 쏟아지면 밤이 새도록 훈계와 체벌은 계속됐고 그렇게 사건 당일이 되었습니다.
사건 당일, 밤새 9시간 동안 골프채로 몇백대를 맞은 준수는 고통을 참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이날 그는 “그때 탁상 달력이 눈에 들어왔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달력에 적힌) 학부모 입시 상담 날을 보고 모든 게 다 끝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한테 맞아 죽겠구나 싶었다. 너무 무서웠고 그다음으로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게 엄마를 살해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온 몸이 멍 투성이.. 친구들의 증언
책상 앞에 앉아 잠깐 졸았다는 이유로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9시간 동안 골프채로 200대를 맞았습니다. 준수의 친구는 그의 집에 놀러 갔다가 골프채에 피가 묻었던 것을 봤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다른 친구는 과거 함께 목욕탕에 갔을 때 준수의 몸에 있던 멍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그린 그림 속 남자는 배부터 하체까지 모두 검은색입니다. 온몸이 멍 투성이었다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어머니를 살해한 후 준수는 시신을 안방에 숨긴 채 영화나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습니다. 못했던 취미 생활을 즐기기도 했으며 그전까지 불러본 적이 없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라면을 먹고 게임을 함께 했습니다. 친구들이 시신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했습니다.
이후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을 찾은 아버지의 신고로 8개월 만에 밝혀졌습니다.
감옥에서 준수는 친구에게 “부모는 멀리 보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만 보라고 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서 가라고 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라는 편지를 보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후회하는 아들에 누리꾼들 반응은
끝으로 준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사람 같지 않게 살았다. 어머니를 옮긴다거나 숨긴다는 생각은 안 했다. 처음에는 (안방) 문도 안 닫았는데 시간이 지나 냄새가 나서 문을 닫고 거실 불을 켜고 살았다. 죄책감이 컸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최고의 사랑을 주신 거다.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워주셨다. 저는 어머니께서 점점 더 힘들어하실 때, 점점 더 저한테 푸시했을 때, 이제야 해석되는 건 어머니께서 점점 더 불안하고 두려워지셨다는 거다.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하고, 귀한 사람이고,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 만약에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아들이 너무 짠했음. 가족이라고 살인충동 안들까? 통제형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겪는 고통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음. 마지막 구절이 너무 마음이 아프네. 너도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사람이었어. 앞으로 인생을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란다”, “나 왜 눈물 나냐 고생했어요 진짜”, “아빠가 젤 나쁜 사람이네 자기 마누라 하나 못잡아서 애를 저 꼴로 만들고 바람이나 피우고 한심한 인간”, “끝에 엄마를 오히려 헤아리려 하는 게 참 짠하고 대견합니다. 이 사건 너무나 잘 알죠. 개인적으로 저는 애잘못이.. 없다고 감히 말 합니다”, “부모 살해는 백번천번 잘못한 거지만 저 아들의 심정을 감히 누가 알까”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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