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 손가락 남혐 논란…뜻 의미 뭐길래? 기업들의 충격 근황(+르노 넥센)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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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손가락’ 제스쳐는 어쩌다 남성 혐오(남혐)의 아이콘이 됐을까요. 엄지와 검지를 들어 올려 ‘ㄷ’ 자를 그리는 이 손 모양은 사회적으로 ‘작은 크기’를 말할 때 사용돼 왔습니다. 한국에선 이 손 모양이 급진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사용되면서 남성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뜻과 의미로 변질됐습니다.

최근 ‘집게 손’이 터지면 회사가 사과하고 직원을 징계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 됐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집게 손’ 광풍에 벌써 GS리테일, 전쟁기념관, 동서스타벅스 RTD, 카카오, 넥슨 등 여러 기업이 사과한 바 있습니다. CNN이 ‘왜 한국 기업은 손동작에 불안해하냐’고 비판한 지도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페미니즘 사상 검열’은 횡행하고 있습니다.

메갈리안 로고
메갈리안 로고

엄지와 검지를 모은 손 모양이 남성 혐오의 상징이 된 건 남성 혐오 커뮤니티 메갈리아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2017년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갈리아의 로고는 초록색 월계수 잎으로 된 원 속에 특유의 손 모양을 한 흰색 손이 그려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메갈리아가 폐쇄된 후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논란이 발생하는데 ‘남혐 손 모양’, ‘메갈 손가락’, ‘소추 손가락’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남혐’ 논란 불거진 르노코리아… 여직원 집게손 무슨 의미길래?

르노자동차 유튜브
르노자동차 유튜브

4년 만의 신차를 내놓은 르노 코리아는 유튜브에 홍보 콘텐츠를 올렸다가 ‘남혐’ 브랜드로 낙인찍혔습니다. 지난달 29일 공식 유튜브 ‘르노 인사이드’에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홍보 영상이 게재됐습니다. 이 영상에 등장한 여성 매니저는 신차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 손가락’을 떠올리게 하는 손동작을 취했습니다.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남성 신체 부위를 조롱할 때 쓰는 ‘그 손가락’ 아니냐”, “차량은 남성 구매자가 많을 텐데 홍보를 ‘남혐’으로 해 버리면 어떡하냐”, “차량 보고 칭찬하는 반응 많았는데 하루아침에 손가락 때문에 망했다. 담당자 신상정보나 인스타 공개해봐라”며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르노 코리아는 영상을 삭제하고 해당 직원의 직무를 정지시킨 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회사는 “최근 발생한 당사의 사내 홍보용 콘텐츠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관련 논란에 깊은 우려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사과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얼굴까지 나오는 데 직원이 의도를 갖고 그런 손동작을 했겠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불필요한 동작으로 오해를 샀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네티즌들은 문제의 직원에 대한 르노의 대처가 충분치 않다며 직무수행 금지가 아닌 해임 및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집게 손가락’에 벌벌 떤다”…잘 나가던 기업들 ‘날벼락’

볼보 홈페이지
볼보 홈페이지

이는 비단 르노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볼보그룹 코리아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지난달 13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볼보의 홍보물이 게재됐습니다. 해당 포스터에는 ‘집게손가락’ 제스처를 취하는 여성의 이미지가 담겨 있습니다.

글쓴이는 “우연의 일치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적나라한 집게발 손가락이 있다”며 “내부 직원 짓인지, 외주를 맡긴 일러스트 업체 직원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너무 치욕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 손가락이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지난해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을 통해서입니다. 문제가 된 영상은 스튜디오 뿌리 소속의 한 애니메이터가 의도적으로 남성 혐오의 메시지를 넣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1

같은 제작사에 영상 외주를 맡긴 다른 게임 제작진도 이날 진상 파악에 나섰다며 부적절한 표현이 담긴 다른 영상도 확인했다고 공지했습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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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곧장 홍보물을 삭제했으나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일각에선 “남성 혐오는 억지”라는 비판이 나왔고 여성단체에선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추라”고 촉구하며 넥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이들을 향한 칼부림 예고까지 등장해 경찰이 글 게시자를 추적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GS25도 이벤트 홍보 게시물에 이 손가락 디자인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문제의 홍보물을 제작한 디자이너, 마케팅팀장 등을 징계했습니다. 이에 앞서 카카오뱅크, 신한은행, 교촌치킨, BBQ, 무신사, 스타벅스RTD 등도 해당 이미지를 사용한 홍보물 때문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소파·현충원도 ‘손가락’ 논란…”그럼 애플도 ‘남혐’인가” 끝없는 파장

애플 홈페이지
애플 홈페이지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 누리꾼 A씨는 애플이 애플워치의 ‘더블탭’ 기능을 소개하며 사용하는 이미지를 게재하며 “애플도 남혐인가”고 반문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엄지와 집게 손가락을 두 번 부딪히면 전화를 받거나 끊을 수 있는 ‘더블탭’ 기능을 홍보하고 있는데, 최근 논란과 유사한 손 모양이 등장합니다.

누리꾼 B씨는 “(손가락) 모양이 보였다 하면 난리 나는데 언제까지 저럴 것인지 사회적 에너지 낭비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혐오 표현을 연구해 온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저서 ‘말이 칼이 될 때’에서 “(혐오 표현의) 핵심은 ‘차별을 재생산하는지’의 여부”라며 “남성과 같은 다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소수자들처럼 차별받아온 ‘과거’와 차별받고 있는 ‘현재’와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는 ‘미래’라는 맥락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집게 손’은 평범한 손동작입니다. 아무 영상이나 재생해 0.1초의 찰나를 캡처한다면 누구나 ‘집게 손’ 포즈를 취했을 수 있습니다. ‘집게 손’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일부 누리꾼들은 남성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집게 손’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리며 “이것도 남성 혐오라고 욕할 것이냐”고 하지만, 그들은 결코 ‘페미니즘 사상 검열’이란 도마에 오르지 않습니다. 유명 남자 아이돌이 취한 ‘집게 손’에는 눈을 가리고, 여성 노동자의 ‘집게 손’에만 해고를 요구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아쉬운 건 기업의 대처입니다. 한국 여성민우회는 넥슨 사태에 대해 “일부 소비자가 제기하는 ‘남성 혐오 논란’에 대해서만 게임사가 즉각 반응해 굴복하는 사건이 반복되면서, 기업을 휘두르고 여성 종사자를 괴롭히는 권능감과 재미를 위해 놀이처럼 이러한 논란을 일으키는 집단이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집게 손’에 고통받는 이는 누구인가. 그야말로 혐오의 피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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