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여왕’ 안세영(2002년생 올해 나이 22세·삼성생명)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고 대표팀에 대한 폭탄 발언을 하며 은퇴를 암시하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허빙자오(중국·9위)를 꺾고 금메달을 땄습니다.
한국 선수가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건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입니다. 우리나라 셔틀콕을 통틀어선 2008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의 혼합 복식 이래 16년 만의 금메달입니다.
올림픽 정상에 오른 뒤 시상대에서 두 팔을 들어 올려 포효한 안세영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작심한 듯 대표팀을 향해 폭발 발언했습니다.
안세영은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많이 실망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하고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야기를 잘 해봐겠지만 많은 실망을 했다. 나중에 자세하게 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한수정 트레이너님이 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눈치도 많이 보시고, 힘든 순간도 보내게 해 미안함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드민턴계에 따르면 안세영은 2022년부터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했는데, 이를 참고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이번 파리올림픽까지 뛰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세영의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대표팀을 향한 작심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너무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 보니 많이 안 좋았다”며 “참으면서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첫 검진에서 2주 재활 진단이 나와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재검진 결과 슬개건(무릎 인대) 부분 파열이 확인됐고,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안세영은 지난 5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의 부상과 관련해 아직도 많은 추측이 오가고 있다”며 “슬개건 부분 파열이 처음 진단과 달리 짧은 시간 내에 좋아질 수 없어 올림픽까지 최대한 유지해서 통증에 적응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지금 당장 시합의 결과보다는 올림픽에 초점을 두고 통증에 적응하고 나아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기간 무릎과 관련된 취재진 질문에 “완벽하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으나, 실제로는 통증을 참고 결승까지 뛴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팀과 함께하기 힘들다고 한 안세영은 은퇴를 시사한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배드민턴 발전과 제 기록을 위해 계속해 나가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터)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건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지 싶다”면서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으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덧붙여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직격했습니다.
금메달 따고 초상집 된 배드민턴협회…곪았던 갈등 터졌나
이 때문에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것을 암시한다거나 공개적으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를 폭로한 것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여러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협회가 안세영의 복식 출전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실제 배드민턴 안세영이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훈련 중 발목을 접질려 자칫 대회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까지 놓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세영은 한방치료를 비롯한 적극적인 대처를 원했지만, 대표팀 내부에선 부상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 쉬쉬하라 했고,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선수의 요구가 이어지자 한국서 한의사를 데려와 치료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발목 부상을 둘러싼 미온적인 대처가 결국 안세영의 은퇴 시사 발언을 촉발한 하나의 계기였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2024년 7월 12일 프랑스 파리로 떠난 배드민턴 대표팀은 22일 올림픽 선수촌에 들어가기 전까지 사전 훈련 캠프인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파리 플랫폼에 도착한 다음 날, 안세영은 훈련하다 발목을 다쳤습니다. 이에 대해 대표팀 수뇌부가 ‘그냥 조용히 넘어가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상대에 정보가 넘어가면 안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휴식을 취하던 안세영은 ‘마냥 쉴 수는 없다’며 조치를 요구했고, 결국 한국에 있는 한의사가 급하게 프랑스 파리로 날아오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협회가 올림픽 AD 카드 문제 등을 해결하고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의사는 일주일간 안세영의 발목과 무릎 등을 치료하며 경기를 뛸 수 있도록 도왔고, 여자단식 결승 하루 전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치고, 올해 1월 인도오픈에서 허벅지 부상이 겹쳤을 당시에도 대표팀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상 관리 등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올림픽 시상식 직후 안세영은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나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안일하게 대처한 대표팀에게 실망해 이 순간을 끝으로 함께 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안세영이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라 밝힌 전담 트레이너인 한수정 트레이너가 재계약이 안 되면서 파리 올림픽에 함께 오지 못했고, 올림픽 직전 또다시 ‘부상 대처’를 놓고 대표팀과 갈등을 빚게 됐습니다.
이 모든 상황이 결국 ‘대표팀 은퇴 시사’라는 충격적인 결말까지 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안세영은 “올림픽을 우승하고 싶었고, 악착같이 달려온 이유 중 하나는 내 목소리에 힘이 실리길 바랐기 때문”이라 말했습니다.
김학균 감독 “이미 예측했던 일”…안세영, 협회와 법정다툼 시작하나
배드민턴 대표팀 김학균 감독은 “작년부터 예측했던 일”이라며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법정 싸움을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세영이 올림픽을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무엇이든 올림픽 끝나고 하라고 설득해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안세영 선수와 배드민턴협회 사이에 갈등이 있단 점을 본인은 알고 있고 협회와의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고 인터뷰했습니다.
이 와중에 손수호 변호사가 인스타그램에 한 게시물을 올렸는데 법정 다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996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해설가는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새롭게 바뀔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 서승재 선수가 총 10게임을 치르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면서 선수 보호를 고려하지 않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졸속 행정을 직접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안세영의 폭탄 발언에 잔칫집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배드민턴협회는 초상집이 됐습니다.
협회는 안세영의 금메달이 확정된 뒤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식을 전했는데, 축하의 말보다 협회를 비난하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렸습니다.
한 누리꾼은 “부상에 대한 대처가 얼마나 안일했으면 안세영 선수가 직접 말하나. 똑바로 관리해라. 이런 식으로 부상 방치한다면 무조건 처벌 받도록 국민이 힘을 모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안세영의 직격에 협회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금메달을 딴 파리 현장과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을 관리하는 협회 직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학균 배드민턴 총감독 등을 비롯한 코치진도 연락이 끊긴 상태며, 협회도 연락이 닿은 일부 매체에만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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